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 심장 잘 뛰게 한다

발기부전 치료에 쓰이는 일부 약물이 심부전 진행을 늦추거나 치료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장병 치료제로 개발된 비아그라가 발기부전 치료제로 활용된 사례는 있지만 그 반대 사례가 보고된 것이다. 

류 트래포드 맨체스터대 심혈관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양을 상대로 실험한 결과 발기부전 치료제 중 하나인 ‘타다라필’이 심부전을 늦추거나, 회복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1일 소개했다. 

심부전은 심장이 신체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 심장이 구조적 문제나 기능적 문제를 일으켜 혈액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짜내는 기능이 줄어들면 발생한다. 대한심부전학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심부전 환자는 12만 3284명이다. 특히 한국 65세 이상 인구의 입원 원인 1위로 고령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병이다. 진단 후 1년 내 사망률은 20%, 5년 내 사망률은 50%에 그칠 정도로 일반 암보다도 생존율이 낮다.

타다라필은 비아그라의 대표 성분인 ‘실데나필’ 물질과 함께 발기부전 치료용으로 쓰이는 약물이다. ‘시알리스’가 대표적인데 2016년 특허가 만료되면서 다양한 복제의약품이 등장하고 있다. 양성 전립성 비대증 치료에도 쓰인다. 이 약물은 체내에서 PDE5 효소가 평활근을 이완시키는 물질인 cGMP를 분해하는 것을 억제한다. 그 결과 장기의 평활근이 이완돼 장기로 들어가는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해 발기부전과 전립선 비대증 증상을 치료한다. 

연구팀은 양을 페이스메이커를 통해 강제로 심부전을 일으킨 다음, 발기부전 치료에 쓰이는 최대 권장 용량인 타다라필 20㎎을 49일간 투여했다. 양의 심장은 인간 심장의 크기와 비슷하고 해부학적으로도 유사하다. 타다라필을 복용하지 않은 양 42마리 중 34마리는 49일 내로 심부전 관련 증상을 보이며 죽었다. 반면 타다라필을 복용한 27마리는 모두 49일까지 살아남았다.

연구팀은 PDE5 효소가 교감신경을 자극하는 물질인 카테콜아민에 대한 심장의 반응 능력을 복구시켰다는 것을 밝혀냈다. 타다라필이 PDE5 효소가 심장이 아드레날린을 더 받아들이도록 변하고, 신체에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의 능력을 증가시켜서 심부전증을 낫게 한다는 것이다.

트래포드 교수는 “타다라필은 보편적으로 쓰이면서도 부작용이 적은 약 중 하나”라면서 “수축기 심부전 치료에만 적합하며 일반인은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원래 심혈관 치료를 위해 개발됐던 약인 만큼 관련 약물들의 심혈관 효능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998년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루이스 이그내로 교수 연구진은 일산화질소가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낮춘다는 사실을 밝힌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화이자는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심장병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환자에게서 전에 없던 발기가 일어난다는 부작용이 발견됐다. 화이자는 그 날로 치료제 개발 방향을 발기부전 치료제로 바꿨다. 이렇게 개발된 것이 비아그라다. 

영국심장재단의 의료팀장을 맡고 있는 메틴 아브키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 심혈관과학과 교수는 ”비아그라도 발기부전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기 전에는 심장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로 개발됐었다“며 ”발기부전 약품이 심부전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이번 연구는 이런 약들이 삶의 질을 개선할 뿐 아니라 삶을 지키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격려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